
사무실 벽의 랜 포트에 노트북을 꽂으면, 아무 설정도 하지 않았는데 옆자리 프린터로 바로 인쇄가 됩니다. 그 사이에서 "이 데이터는 프린터 쪽으로 보내야 해"라고 판단해 준 장치가 있는데, 바로 L2 스위치입니다.
이 글에서는 L2 스위치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배우고,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차근차근 따라가 보겠습니다.
한 줄 정의
L2 스위치는 같은 네트워크 안에서, 프레임의 MAC 주소를 보고 필요한 포트로만 내보내는 장치입니다.
여기서 L2는 OSI 7계층 중 2계층(데이터 링크 계층)을 뜻합니다. 이 계층에서 데이터를 담는 단위를 '프레임', 장치를 구별하는 주소를 'MAC 주소'라고 부릅니다.
스위치 이전에는 허브가 있었다
스위치의 가치는 그 전 세대 장비와 비교하면 잘 보입니다. 예전에 많이 쓰던 허브는 주소를 읽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 포트로 신호가 들어오면 나머지 모든 포트로 똑같이 복사해 보냈죠.
이 방식에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받을 필요 없는 장치까지 모든 데이터를 받아야 했고, 두 장치가 동시에 보내면 신호가 부딪혔습니다.
장치가 늘어날수록 네트워크 전체가 느려졌고요.
L2 스위치는 여기에 "주소를 읽고, 기억하는" 능력을 더했습니다. 덕분에 데이터는 받을 장치에게만 가고, 각 포트는 서로 방해하지 않고 동시에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위치는 스스로 배운다
L2 스위치 안에는 'MAC 주소 테이블'이라는 표가 있습니다. "이 MAC 주소를 가진 장치는 몇 번 포트에 있다"를 적어 두는 표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표를 사람이 채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스위치는 오가는 프레임을 지켜보며 직접 채워 넣습니다.
PC A(1번 포트), PC B(2번 포트), 프린터 P(3번 포트)가 연결된 스위치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순서일어난 일스위치의 행동테이블에 적힌 내용
| 1 | A가 B에게 처음 보냄 | A가 1번 포트에 있음을 기록. B의 위치는 모르니 2·3번 포트 모두로 보냄 | A=1번 |
| 2 | B가 A에게 답장 | B가 2번 포트에 있음을 기록. A는 알고 있으니 1번 포트로만 보냄 | A=1번, B=2번 |
| 3 | A가 다시 B에게 보냄 | 둘 다 알고 있으니 2번 포트로만 보냄 | A=1번, B=2번 |
| 4 | 한동안 P가 아무것도 안 보냄 | P는 아직 기록 자체가 없음 | 변화 없음 |
여기서 기억할 규칙은 세 가지입니다.
- 기록할 때는 보낸 쪽 주소를 본다. 프레임이 들어온 포트와 발신지 MAC을 짝지어 적습니다.
- 보낼 때는 받을 쪽 주소를 본다. 목적지 MAC이 표에 있으면 그 포트로만 보냅니다.
- 모르면 일단 모두에게 보낸다. 이를 '플러딩'이라고 하며, 모두에게 보내는 브로드캐스트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됩니다.
그리고 한동안 소식이 없는 장치의 기록은 자동으로 지웁니다(에이징). 장치가 다른 포트로 옮겨 가거나 사라졌을 때 오래된 정보 때문에 엉뚱한 곳으로 보내는 일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L2 스위치가 '보지 않는' 것
L2 스위치는 MAC 주소만 봅니다. IP 주소도, 어떤 서비스(웹인지 메일인지)의 데이터인지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이 단순함 덕분에 전용 칩으로 아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대신 분명한 경계가 생깁니다. L2 스위치는 같은 네트워크(브로드캐스트 도메인) 안에서만 프레임을 전달합니다. 다른 네트워크로 가는 길을 찾는 일, 즉 라우팅은 IP 주소를 보는 장비(라우터, L3 스위치)의 몫입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포트 번호까지 보며 여러 서버에 접속을 나눠 주는 장비가 L4 스위치입니다. 계층이 올라갈수록 "더 좋은" 장비라기보다, 판단에 쓰는 정보가 늘어난다고 보면 됩니다.
알아 두면 좋은 Tip)
브로드캐스트가 모두에게 퍼진다. 장치가 수백 대로 늘어나면 "모두에게 보내기" 트래픽만으로도 부담이 커집니다.
고리 연결에 약하다. 스위치끼리 케이블을 두 갈래로 이어 고리가 생기면 프레임이 끝없이 돌며 네트워크가 멈출 수 있습니다. 그래서 STP(Spanning Tree Protocol)라는 기술로 고리를 자동으로 끊어 둡니다.
같은 MAC 주소가 둘이면 혼란이 생긴다. MAC 주소는 원래 제조 단계에서 겹치지 않게 설계되지만, 가상 머신이나 스마트폰의 무작위 주소처럼 소프트웨어로 만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같은 네트워크에 같은 주소가 두 개 있으면 스위치의 표가 계속 바뀌어 통신이 불안정해집니다.
VLAN: 스위치 한 대를 여러 개처럼
브로드캐스트가 너무 넓게 퍼지는 문제는 VLAN으로 완화할 수 있습니다. VLAN은 스위치 한 대를 논리적으로 나눠, 예를 들어 '개발팀용'과 '영업팀용' 네트워크를 따로 만드는 기술입니다. 서로 다른 VLAN 사이의 통신은 다시 L3 장비가 이어 줍니다.
마치며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 세 줄만 기억해도 충분합니다.
1. L2 스위치는 MAC 주소를 보고, 같은 네트워크 안에서 필요한 포트로만 데이터를 보낸다.
2. 보낸 쪽 주소로 위치를 배우고, 받을 쪽 주소로 보낼 곳을 정한다.
3. 모르는 상대에게는 일단 모두에게 보내고, 답이 오면 그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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